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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플리》 상류층의 그림자 속 끝나지 않은 거짓말: 낭만과 위태로움이 교차하는 심리극

by 한눈정리소 2025. 6. 1.

목차

▶상류층의 그림자: 이탈리아에서 펼쳐지는 속임수와 배신

▶끝나지 않은 거짓말: 배신과 살인의 미로

▶아름다움과 위태로움: 낭만적 배경 속 펼쳐지는 심리극

영화 리플리 포스터
영화 리플리 포스터

상류층의 그림자: 이탈리아에서 펼쳐지는 속임수와 배신

톰 리플리는 뉴욕에서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상은 행사장에서 반주를 맡거나 잡일을 하는 신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린스턴 대학 재킷을 빌려 입고 있던 그를 보고, 부유한 선박 재벌 하버트 그린리프가 아들의 대학 동창으로 착각합니다. 리플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이 프린스턴 출신이라고 거짓말하며 그와의 인연을 이어갑니다.

하버트는 리플리에게 이탈리아에서 한량처럼 사는 아들 디키 그린리프를 미국으로 데려와달라고 부탁하고, 수고비로 1,000달러를 건넵니다. 디키가 재즈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즈를 공부한 리플리는 곧장 이탈리아로 떠납니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리플리는 로마에서 우연히 섬유 재벌의 딸 메르디스를 만나고, 그녀에게 자신을 디키 그린리프라고 소개합니다. 이어 해변 마을 몽지바노로 이동해 진짜 디키와 그의 여자친구 마지를 만나 친분을 쌓기 시작합니다. 리플리는 재치 있는 말솜씨와 재즈에 대한 관심, 디키의 아버지를 흉내 내는 성대모사 등으로 디키의 흥미를 끌며 가까워집니다. 이윽고 세 사람은 여행을 떠나고, 리플리는 점점 상류층의 삶에 매료되어 자신이 그 일부인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디키의 친구 프레디 마일스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틀어집니다. 프레디는 리플리를 속물이라 여기며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디키 역시 점차 리플리에 대한 호감을 잃기 시작합니다. 결국 디키는 여행에서 리플리를 빼고 가기로 하고, 리플리는 점점 소외감을 느낍니다.

이 무렵, 디키와 관계가 있던 지역 여성이 임신과 관련해 심란한 상황에 처했다가 물에 빠져 죽는 일이 벌어지고, 디키는 이를 계기로 정신적으로 불안해집니다.

리플리는 디키를 미국으로 데려오는 데 실패하고, 이제 이탈리아에 계속 남아 기생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미국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산레모 음악제를 함께 보러 갔다가 리플리는 디키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하지만, 디키는 "이제 너에게 질렸다"고 냉정하게 말합니다. 분노와 상실감에 휩싸인 리플리는 결국 보트 위에서 디키를 살해하고 그의 신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끝나지 않은 거짓말: 배신과 살인의 미로

디키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리플리는 이후 철저히 디키 그린리프로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디키의 여자친구 마지에게는 향수와 이별 편지를 보내고, 로마의 호텔 두 곳을 각각 디키와 리플리 명의로 예약하여 두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혼란을 유도합니다. 메르디스에게는 디키의 이름으로 스페인 광장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마지에게는 리플리의 이름으로 돌아가서 디키가 같은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고 말합니다. 이 모든 것은 디키가 살아 있으나 의도적으로 두 사람을 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리플리의 교묘한 연출이었습니다.

하지만 디키의 친구 프레디가 등장하며 리플리의 계획은 위기에 처합니다. 프레디는 리플리의 생활 방식이 디키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심을 품고 추궁합니다. 결국 리플리는 프레디를 살해하고 그의 시체를 유기합니다. 프레디의 시체와 자동차가 발견되면서 경찰은 수사망을 리플리 주변으로 좁혀오기 시작합니다.

리플리는 마지에게 디키가 살아 있는 것처럼 계속 행동하며, 디키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것으로 보이도록 위장합니다. 산레모에서 디키가 빌렸던 보트가 발견되면서 그의 자살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 보입니다.

이후 리플리는 베니스로 가서 마지의 친구 피터를 만납니다. 한때 자수를 결심하지만, 로마에서 파견된 형사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아직 발각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마음을 바꿉니다. 그 사이 미국에서 디키의 아버지 하버트가 사설 탐정을 보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하지만, 디키의 과거와 명예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사건을 은폐하고 떠나버립니다.

마지는 끝내 리플리를 의심하며, "네가 디키를 죽인 걸 안다"고 울부짖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없어 리플리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리플리는 피터와 함께 아테네로 향하는 배에 탑니다. 그 배에서 메르디스와 재회하고, 메르디스는 여전히 리플리를 디키로 알고 있습니다. 리플리는 메르디스와 키스를 하지만, 이 장면을 피터에게 들키고 맙니다. 자신의 정체가 들통났다고 생각한 리플리는 결국 피터의 뒤에서 다가가, 조용히 그의 목을 조르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아름다움과 위태로움: 낭만적 배경 속 펼쳐지는 심리극

영화 리플리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욕망과 정체성의 혼란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 드라마입니다. 톰 리플리는 사회적으로 하층에 속한 인물이지만, 상류층의 삶에 대한 강렬한 동경과 열등감으로 인해 점점 더 큰 거짓말과 범죄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그는 단지 부유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 리플리의 심리는 단순히 병적인 것으로 치부하기보다는,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할 법한 자기 부정과 타인의 삶에 대한 욕망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영화는 그의 범죄를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그 선택들이 불러오는 파국을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이탈리아의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배경과 대조적으로 펼쳐지는 리플리의 내면 세계는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하고, 우아하면서도 위태롭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은 쉽게 발을 뗄 수 없는 묵직한 질문과 감정을 안고 머물게 됩니다.